지난 2012년 1월 정부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등 3개 부처 공동으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보호지침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내하며 일해야 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최소한이라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지침이 발표된 지 1191일이 지난 오늘, 우리는 보호지침이 과연 얼마만큼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2월 을지로위원회와 서경지부는 전국 54개 대학의 용역계약서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54개 대학 중 단 한곳도 정부지침을 제대로 지키는 곳은 없었습니다.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대학은 전혀 없고, 고용승계의무를 명시한 대학은 채 30%에도 못 미쳤습니다. 고용노동부가 2014년 8월부터 두 달간 전국 160여개 대학을 상대로 실태 조사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국 100개 사립대는 물론이고, 60개 국공립대에서조차 시중노임단가를 지급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정부지침상 용역계약서에 명시하도록 되어있는 고용승계의무도 절반이상이 외면했습니다. 정부의 지침을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대놓고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지역 14개 대학 20여개 용역업체들과 교섭을 진행했습니다. 19차례의 교섭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이화여대(주차 제외), 고려대와 광운대, 홍익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10개 대학에서 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원청인 각 대학에 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 대학 구성원 인정,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였지만, 어떠한 대학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 같은 간절한 요청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타결된 학교들의 경우 합의된 시급은 6,550원, 시중노임단가의 81.7%에 불과합니다. 연세대, 서강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서울여대등 사립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국가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조차 시중노임단가 전액도 아닌 81% 수준도 못주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대학사업장 원청사용자의 모범으로서 민간영역을 선도해야할 정부기관이 되레 사립대보다 못한 행태를 보이는 개탄스러운 현실입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발표만 해놓고 스스로 이를 지키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정부의 무책임함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160개 대학의 보호지침 준수현황 실태를 조사한 후, 지침 이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교육부등 관계부처와 협의,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지침준수현황 등을 대학평가에 반영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발표도 여전히 공염불의 말잔치에 불과할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거나 추진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한국사회의 위기적 문제인 사회양극화 현상, 날로 심각해지는 비정규직 문제, 대학 구조조정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박탈. 이런 위태한 현실을 바꾸려면,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정부기관 스스로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사회적 공공기관인 대학들이 정부 지침을 이행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매년 반복되는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대학캠퍼스에서 벌어지는 노사분규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을지로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공공기관, 대학사업장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지침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교육부장관과의 면담 등을 통해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대학에 대해서도 정부차원의 구체적인 관리대책 수립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위해 언론과 국민여러분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대학은 정부의 보호지침 준수하라!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정부지침 이행하라!
정부지침 외면하는 대학은 각성하라!
대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