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배당 정책의 이면에는 억울하게 퇴출당한 노동자들의 설움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많다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상위1% 주식부자에 대한 특혜성 배당 확대정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한국예탁결제원이 증시에 상장된 2014년 12월 결산법인 1,76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53.6%인 944곳이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 중 주주에게 지급된 총 배당금은 15조4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조3785억원) 늘었다.

이러한 배당확대정책과 함께 금융권에서는 최근 4년 동안 주요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들은 5,000명이 넘었고, 증권사들은 최근 2년 동안 7,000여명, 보험사들도 최근 2년 동안 3,0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야 했다.

똑같은 기업에서 누군가는 고율의 배당금을 받고, 누군가는 퇴출되는 이율배반적인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박근혜정권의 고율배당 정책의 이면에는 억울하게 퇴출당한 노동자들의 설움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퇴직 앞에 희망을 붙여 마치 노동자 본인이 원해서 퇴직을 하는 것처럼 만드는 ‘희망퇴직’이라는 악랄한 언어수사가 대한민국을 판치고 있다. 돈 몇 푼으로 해고를 간소화하겠다는 발상과 노동자들이 동의했으니까 노동자들이 퇴직을 원한 것이라는 논법이 ‘희망퇴직’이라는 레토릭에 깔려 있다. 그래서, 요즘 한참 구조조정을 당하고 있는 금융권의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을 ‘절망퇴직’으로 바꾸어서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희망퇴직에는 흑자가 나는 사업장도, 노동조합과 고용안정협약을 맺은 사업장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정리해고 요건이 안되니까 사업장에서 희망퇴직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으면 원격지 발령, 직무전환등의 비열한 협박를 통하여 사직을 강요한다. 그리고, 곧바로 정리해고를 하겠다며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사소한 위기는 과장된 위기로 부풀리고, 미래에 예상되는 위기를 현재로 끌여들여 노동자들을 내치게 만들었던 것이 정리해고라면 희망퇴직은 정리해고의 전단계로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이 어렵다며 노동자들을 퇴출시키고 있지만, 정작 일부 금융회사에서는 고율배당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씨티캐피탈의 노동자들은 2012년 9월 150여명, 2014년 4월 100여명의 연속적 희망퇴직으로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 조직을 떠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씨티그룹은 신규 영업을 축소시켜, 자산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지점 숫자는 87개에서 10개로 대폭 감소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한국씨티은행은 작년 씨티캐피탈 당기순이익의 19,640%에 해당하는 929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으며, 급기야 노동자들의 땀과 피가 서린 회사를 조속히 처분하여 마지막 이익을 챙길 궁리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 결국 씨티그룹은 영업 축소, 지점 폐쇄, 인원 감축으로 이어지는 의도적 악순환을 수 차례 반복하며 씨티캐피탈을 정리하기 위해 기획해 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 해 전 직원의 15%인 650명을 희망퇴직으로 쫓아낸 시티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509억원의 배당금을 미국 본사로 송금했다. 또한 20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SC은행은 646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영국 본사에 1500억원의 고배당을 실시했다. 한편에서는 구조조정 명목으로 노동자들을 희망퇴직으로 쫓아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천문학적인 고배당과 CEO 연봉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기업의 현실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주주권’과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금융회사의 배당 확대정책을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개혁이라는 미명아래 금융회사의 대변인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금은 고배당과 연봉 잔치가 아니라, 고용안정이 최우선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희망퇴직 하기 전, 고율배당을 하는 사업장에서 대규모의 고용량을 변동시킬 필요가 있는지, 사업방향 수정으로 애꿎은 노동자들만 내치는 것은 아닌 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직무전환 교육 등 자구노력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고용량을 변화시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도 주는 등 ‘고용변동 적격성 심사’를 통해 자본의 먹튀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삶의 일터를 지키는 방안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프랑스의 경우, 구조조정을 하기 전 노동조합이 법령에 의해 ‘자료제출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계사를 선임해 부당한 회사의 구조조정에 맞설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유일한 희망은 원치 않는 퇴직이 아니라 고용이 안정된 행복한 일터에서 나온다. 노동자를 퇴출시키는 기업의 고율배당은 반드시 규제되어야 한다.

2015. 8. 19.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